
종로3가역에서 일한다. 이동상인을 안내하고, 어르신을 부축하고, 분실물을 적는다. 권한은 아무것도 없는데, 부당한 걸 보면 몸이 먼저 간다. 허리 수술 이력이 있고, 어머니와 동생의 생활이 그의 월급에 걸려 있다.

3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던 돌이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뒷목에 박혔다. 슈트는 그가 고른 것이 아니고, 그 힘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목 뒤의 갈라진 자리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온다. 이 이름은 그날 밤 누가 실시간 방송에 올린 것이고, 정작 본인은 아직 모른다.

이 역에서 이십 년을 일했다. 서류를 늘 붙잡고 있는데 뭘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오를 아들뻘로 보고, 국밥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미루는 중이다.

지오와 두 살 차이. 작년 겨울 직원 넷이서 후쿠오카에 갔을 때 같이 갔다. 커뮤니티 글을 제일 먼저 발견해서 보여주는 쪽이다.

담장 끝 세 번째 자리에 늘 앉아 있다. 여름에도 두꺼운 점퍼를 입는다. 지오와 이 년 동안 나눈 대화를 다 합치면 삼십 문장쯤 된다. 얼마 전, 짐을 하나 덜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열한 시에 들어온다. 오빠의 얼굴만 보고도 뭔가 있다는 걸 아는데, 알고도 더 묻지 않는 것까지 할 줄 안다. 무서운 자리에서도 울지 않고 출구와 카메라부터 센다.

낙원동 순댓국집 주방에서 일한다. 일용직이라 매일 나가는 건 아니고, 매일 나가는 것처럼 나간다. 강조하고 싶은 말에는 밑줄을 긋는다. 두 번이면 진심이다.

강남구 노인복지센터 지하 1층의 책임자. 화도 내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언제나 존댓말을 쓰고, 문장이 짧다. 길게 말할 때보다 짧게 말할 때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웃을 때 눈과 입이 따로 움직인다.

민현석의 윗선. 지상 27층 회의실과 지하 세 개 층을 모두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인데, 그 회의실에서는 늘 끝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는다. 11년 동안 한 칸도 올라가지 못했다. 처음 3개월은 회의가 끝나면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고, 지금은 씻지 않는다.

목이 굵고 어깨가 넓다. 회식에서 집게를 잡고 고기를 뒤집으며 중학생 딸의 수학 학원비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람이고, 바로 그 목소리 그대로 남의 팔을 등 뒤로 꺾는 사람이다.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망설임도 조준도 없이, 서류를 넘기듯이 한다. 지오가 아는 그의 이름은 성과 직책뿐이다.

강인규보다 아홉 살 아래이고, 강인규가 11년 동안 세 번 모셨다. 회수도 제거도 아닌 확보라는 단어를 고르는 데 이 초도 쓰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 번 두드리는 버릇이 있어서, 그 방의 사람들은 그 소리가 나면 말을 얹지 않는다.

사람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 사람이었고, 발목에는 아직 번호가 채워져 있다.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고 낡은 피부가 넓게 벗겨지면 그 아래에서 다른 것이 드러난다. 마르지 않는 점액과 견디기 힘든 비린내.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일제히 깨어난다.
이야기가 계속되면, 옵니다.
공개된 회차까지 밝혀진 관계만 표시합니다.
민현석이 정미숙과 한지현을 억류하고 있다.
그것이 지오를 붙잡아 두는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