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를 눌렀다.
영상은 십사 초짜리였다. 세로로 찍혔고 손이 떨렸고 중간에 한 번 초점이 나갔다.
화면 왼쪽에 남자가 앉아 있다. 고개를 앞으로 떨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고, 회색 반팔에 검은 바지, 오른손은 무릎 위에 있다.
그 손에서 검은 것이 올라온다.
처음 삼 초는 실오라기 같다가 손 전체를 감싸고, 육 초쯤에 팔꿈치까지 올라간다. 촬영자가 뒤로 물러나면서 화면이 흔들리고, 누군가 불이야, 하고 소리치고, 다른 목소리가 불 아니라고 받는다.
십사 초에서 끊긴다.
지오는 그것을 다시 봤다.
세 번 봤다.
제목은 이랬다.
지하철에서 사람 몸에서 연기 남 ㄷㄷ
조회수 사십일만. 올라온 지 여섯 시간.
지오가 자는 동안 사십일만 명이 그를 봤다. 정확히는, 그의 오른손을 봤다.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합성 ㅋㅋ 요즘 이런 거 앱으로 십 초면 만듬
근데 주변 사람들 반응이 진짜 같은데
그거까지 다 연출이지
전자담배 아니냐
전자담배 저렇게 나오면 폐 없어짐
저 아저씨 자고 있는 거 맞음? 자면서 저게 됨?
마술사 아니야? 요즘 지하철에서 촬영하는 사람들 많잖음
마술을 왜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함
에어컨 김이라니까요
6월에 팔에서만 나오는 김이 어딨어
나 그 칸에 있었음
ㅇㅇ?
어디 역인지 말해봐
종로3가에서 한 정거장 갔을 때임 진짜 사람들 다 반대편으로 몰림
인증
인증할 게 뭐가 있어 소화기 든 사람이 나였는데
ㅋㅋㅋㅋㅋㅋ 소화기 아저씨 실화냐
쏘지 그랬어요
불이 안 났는데 어떻게 쏨
이 댓글이 제일 웃김
근데 진짜면 저 사람 괜찮은 거임?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님
무섭다 진짜
나는 안 무서운데
왜?
몰라 그냥 안 무서움
저 사람 신원 아는 사람 없음?
얼굴이 안 나와서 못 찾을걸
옷으로 찾으면 되지
회색 반팔 검은 바지는 대한민국 남자 절반이다
시간대랑 노선 알면 찾을 수 있음
찾아서 뭐 하게
그냥 궁금하잖아
이거 왜 뉴스에 안 나옴?
나왔는데 세 줄 나옴
링크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게 끝임
ㅋㅋㅋㅋ 성의 봐라
아까 그 소화기 아저씨 다시 와주세요
나 여깄음
하나만 물어봅시다 냄새 났음?
안 났음
그게 말이 됨?
나도 그게 이상해서 계속 생각 중임
지오는 마지막 댓글에서 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려서 하나를 찾았다.
몰라 그냥 안 무서움.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닉네임이 숫자 여섯 자리였다.
최유진한테 전화했다.
“봤어요.”
어때
“…얼굴은 안 나왔네요.”
그렇지? 나도 그거 먼저 봤어
“네.”
야
“네.”
너 괜찮아?
지오는 창문을 봤다. 커튼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그래
“주임님도 아세요?”
알걸. 아까 역무실 단톡에 올라왔어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 말도 안 하셨어
“네.”
그게 제일 무섭더라
지현이 왔다.
학원 끝나고 편의점 가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러 온 것이었다.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지오를 봤다.
“오빠 깼어?”
“어.”
“밥 먹었어?”
“아니.”
지현이 냉장고를 열었다.
“오빠.”
“어.”
“그거 봤어?”
지오는 젓가락을 들다가 멈췄다.
“뭐.”
“지하철 연기 나오는 거.”
“…어.”
“우리 반 애들 다 봤대. 아니 반이 아니지, 학원 애들.”
“그래.”
“근데 그거 우리 동네 근처더라.”
“…그러네.”
지현이 반찬통을 꺼내 식탁에 놓았다.
“오빠 그 시간에 지하철 탔었지?”
지오는 지현을 봤다.
지현도 지오를 봤다.
삼 초쯤 그랬다.
“…아니.”
“그래?”
“어.”
“그럼 됐어.”
지현이 가방을 챙겼다. 챙기면서,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오빠.”
“어.”
“거짓말할 거면 좀 잘하든가.”
문이 닫혔다.
성추행범 쪽에서 입장이 나왔다. 정확히는 변호사가 낸 입장이었고, 커뮤니티에 캡처가 돌았다.
의뢰인은 승객과의 접촉에 대해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사건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신체적 위협과 공격을 받아 극심한 공포를 겪었습니다.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ㅋㅋㅋㅋ
야 근데 저거 법적으로 맞는 말이긴 함
뭐가?
저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이 아닌 게 열차에 들어와서 다가온 거잖아
성추행범 편들지 마
편드는 게 아니라 그냥 사실이 그렇다고
이거 진짜 애매하네
뭐가 애매해 성추행범인데
성추행범인 거랑 저 사람이 이상한 거랑은 별개 아님?
그럼 성추행범을 그냥 보내야 됨?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아 몰라 머리 아파
그리고 그 밑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이 이랬다.
저 그 피해자인데요.
안녕하세요. 어제 3호선에서 그 일 당한 사람입니다. 신원 밝히기 어려워서 인증은 못 합니다. 안 믿으셔도 됩니다.
세 번 당했습니다. 처음엔 실수인 줄 알았고 두 번째엔 착각인가 했고 세 번째에 확실해졌습니다. 그 세 번 동안 제가 뭘 했냐면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몸을 옆으로 옮겼습니다. 그 사람이 따라왔습니다.
세 번째에 소리를 냈습니다.
소리 내는 데 이십 분 걸렸습니다.
팔을 잡았는데 그 사람이 저한테 아가씨 여기 지하철이에요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사람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니가 예민하다는 뜻입니다.
직원분이 오셨습니다. 그 사람이 직원분 명찰 보더니 공익이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망갔습니다.
저는 그때 이미 포기했습니다. 못 잡습니다. 그런 거 못 잡습니다. 저는 그걸 열아홉 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잡혔습니다.
저는 그분이 뭔지 모릅니다.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 이해합니다. 저도 위에서 봤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제 처음으로 못 잡는 걸 잡는 걸 봤습니다.
그거 하나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댓글이 팔천 개 달렸다.
출근길에 어머니를 마주쳤다.
낙원동 순댓국집 저녁 타임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지오가 8번 출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어머니가 오고 있었다. 앞치마를 벗어 팔에 걸고,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
“어, 아들.”
“엄마.”
“출근해?”
“어.”
“이거 가져가.”
봉지 안에는 순댓국이 들어 있었다. 국물이랑 건더기를 따로 담아서.
“휴게실에 전자레인지 있지?”
“어.”
“삼 분 돌려.”
“어.”

어머니가 지오 얼굴을 봤다. 그러다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네.”
“안 아파.”
“아픈 얼굴인데.”
“안 아파.”
어머니가 손을 내리고 화제를 바꿨다.
“오늘 가게에서 아줌마들이 뭐 얘기하더라.”
“뭐.”
“지하철에서 사람 몸에서 연기가 났대.”
지오는 봉지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그래?”
“영상도 있대. 나는 못 봤어. 그거 뭐 어떻게 보는지 몰라.”
“…응.”
“세상이 무서워졌어.”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그런다는 게 말이 되니. 뭐 잘못 먹었나, 아니면 무슨 병인가.”
“…그러게.”
“그 사람 엄마가 알면 얼마나 놀라겠어.”
지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심해라.”
“…뭘.”
“몰라. 그냥 조심해.”
어머니가 갔다.
지오는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국물이 아직 뜨거웠다.
역무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상하다기보다 조심스러웠다. 다들 평소처럼 일하는데 지오가 들어가자 한 박자 늦게 인사가 왔고, 대화는 끊기지 않았지만 주제가 바뀌었다.
박성호가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왔냐.”
“네.”
“병원 갔어?”
“…아뇨.”
“왜.”
“못 갔어요.”
박성호가 서류를 덮었다.
“야.”
“네.”
“우리 역 아니야.”
“…네?”
“그거. 우리 역 사건 아니라고.”
지오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이 초쯤 걸렸다.
“…네.”
“열차 안에서 났고, 정차한 역은 다른 역이고, 신고 접수도 거기서 했어. 우리 역 일지에는 아무것도 안 올라가.”
“…네.”
“그리고 너는 그때 근무 중이 아니었어. 퇴근하고 사복 입고 병원 가던 길이었고.”
“네.”
“공사 입장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거야.”
박성호가 볼펜을 책상에 놨다.
“알아들었냐.”
“…네.”
“모르겠으면 다시 말해줄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일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취객 둘, 분실물 하나, 5호선 에스컬레이터 정지. 8번 출구 앞에서 노숙인 시비가 붙었다기에 가봤더니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양말 할머니는 오늘 나오지 않았다.
탑골공원 앞을 지나올 때 담장 끝 세 번째 자리를 봤는데 오늘은 비어 있었다. 노인이 안 나오는 날도 가끔 있다.
지오는 그냥 지나갔다.
순찰 중에 3호선 승강장 끝에 섰다.
아무도 없었다. 막차가 나간 지 한 시간이 넘었고 조명은 절반이었고 스크린도어 너머는 검었다.
지오는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해봐.”
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먹을 쥐고 눈을 감고, 영상에서 본 것을 떠올렸다. 손에서 검은 것이 올라오는 장면. 그것을 다시 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는데,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첫 번째는 몰카범을 쫓을 때였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자다가였다. 공통점을 찾으려 해도 나오지 않았다. 자는 것과 뛰는 것 사이에 뭐가 있는지, 지오는 몰랐다.
십 분쯤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오는 손을 내렸다.
이상하게 안도가 됐고, 안도가 되는 것이 또 이상했다. 방금까지 그게 되기를 바라며 서 있었는데 안 되니까 마음이 놓이다니.
두 가지가 동시에 있었다. 이게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것과, 제발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
역무실로 돌아오니 박성호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지오를 보더니 젓가락으로 옆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지오가 앉았다.
박성호가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컵라면을 내려놨다.
“영상 봤어.”
“…네.”
“열 번쯤 봤어.”
“…네.”
“확대도 해봤고.”
지오는 무릎 위에 손을 놓았다.
“주임님.”
“응.”
“저 잘려요?”
박성호가 지오를 봤다.
“왜 잘려.”
“이상하니까요.”
“이상한 게 죄냐.”
“…아니요.”
“그럼 됐어.”
박성호가 컵라면을 다시 들었다.
“근데 하나만 말할게.”
“네.”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는 우리 역일 수도 있어.”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면 그때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게 안 돼.”
“…네.”
“그러니까.”
박성호가 국물을 마셨다.
“잠 좀 자.”
퇴근길에 조회수를 다시 봤다.
칠십육만이었다.
지오는 화면을 끄고 언덕을 올라갔다. 중간에서 한 번 쉬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붕들이 겹쳐 있고 그 너머로 종로가 있었다.
저 아래 어딘가에서 칠십육만 명 중 몇 명이 지금 출근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회색 반팔에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를 본 적이 있고, 그 남자가 자기 옆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지오는 다시 걸었다.
칠십육만은, 내일이면 백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