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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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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22:20

그날은 처음부터 평소와 달랐다.

차량이 세 대 다 나가는 날이었다. 버스 두 대와 승합차, 대원 전원. 화이트보드에 민현석이 직접 구역을 적었고, 지오는 그 글씨를 사무실 문가에서 봤다. 반듯하고 급한 데가 없는 글씨였다. 세 대가 다 나가는 것은 지오가 온 뒤로 두 번째였다.

“한지오 씨는 승합차로.”

민현석이 보드마카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오늘은 오반장님 팀이 멀리 가요. 한지오 씨는 가까운 데 도시죠.”

배차였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었고, 회사의 말로 전달되었고, 지오는 회사의 대답을 했다. 네. 그 한 글자를 말하는 데 아무 힘도 들지 않았다. 나중에 지오는 그 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다시 살게 되는데, 매번 이 대목에서 멈추게 된다.

네, 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네, 라고 했다.

승합차는 관악 쪽으로 갔다.

명단의 파란 행은 그날 두 개였다. 반지하 계단 아래에서 기침하던 노인 하나, 공원 화장실 뒤에서 자던 중년 남자 하나. 마른 대원이 익숙한 단어들을 놓았고, 노인은 순순히 왔고, 남자는 두어 번 실랑이 끝에 왔다. 팔이 꺾이는 일은 없었다. 그날은 그것이 다행이라고 지오는 생각했고, 다행이라는 단어를 쓰는 자기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노인을 부축한 것은 이번에도 지오였다.

가벼웠다. 지난번 노인보다 더 가벼웠고, 지오는 이제 그 가벼움에 놀라지 않게 된 자기를 알았다. 노인이 지오의 팔을 잡고 물었다.

“총각도 거기 사람이야?”

“…네. 거기서 일해요.”

“좋은 데야?”

지오는 반 박자 늦게 대답했다.

“밥이 잘 나와요.”

거짓말이 아닌 문장. 그 기술로 지오는 노인을 차에 태웠다. 노인은 창에 머리를 기대고 금방 잠들었고, 차는 남쪽에서 강남으로, 밤의 다리를 건너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짧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02:10

센터 지하에 들어섰을 때, 주차장에 버스 한 대가 먼저 와 있었다.

이상한 점은 두 가지였고, 지오는 두 가지 모두를 몇 초 차이로 알아차렸다.

첫째, 복귀가 너무 빨랐다. 멀리 간다던 오반장 팀이 가까운 데를 돈 승합차보다 먼저 와 있었다.

둘째, 아무도 지오에게 안쪽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 두 번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승합차가 정위치에 서고, 마른 대원이 시동을 끄고, 지오가 노인을 깨우려고 몸을 돌리는데, 먼저 온 버스의 문이 열렸다.

지오는 그쪽을 봤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대원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로, 한 명씩. 첫 번째는 모르는 남자였다. 두 번째도 모르는 여자였다. 세 번째가 내려올 때 버스 안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지오의 몸이 굳었다.

아는 소리였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살려달라는 소리도 아니었다. 그냥 놓으라는, 이거 놓으라는, 화가 나다가 무서워지는 중간의 소리. 지오는 그 목소리가 식당 사장 흉을 볼 때 어떤 높이가 되는지 알았다. 잔소리할 때 어떤 높이가 되는지도, 웃다가 사레들릴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알았다.

어머니가 버스에서 끌려 내려왔다.

정미숙은 앞치마를 입은 채였다.

식당에서 바로 실려 왔다는 뜻이었다. 앞치마 끈이 반쯤 풀려 늘어져 있었고, 왼쪽 광대에 멍이 번지고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대원 둘이 양팔을 잡았는데 어머니는 키가 그들의 어깨에도 오지 않아서, 잡혔다기보다 들려 있었다. 신발이 한 짝뿐이었다.

그 뒤로 지현이가 내려왔다.

교복이었다. 야간자율학습에서 바로. 지현이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열아홉 살은 어느 시점부터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 지현이는 그 시점을 지난 얼굴로, 코피가 마른 얼굴로, 끌려 내려오면서 주차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도와줄 사람을 찾는 눈이 아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내려는 눈이었다. 그 와중에도.

지오는 승합차 옆에 서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반사가 죽은 것이 아니라, 눈이 보고 있는 것을 뇌가 접수하지 않았다. 저것은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는 지금 식당에 있다. 저것은 지현이가 아니다. 지현이는 지금 학교에 있다. 뇌는 그 문장들을 초당 몇 번씩 찍어냈고, 눈은 그 문장들을 초당 몇 번씩 반품했다.

지현이의 눈이 지오를 찾았다.

주차장을 훑던 눈이 승합차 옆에서 멈췄고, 커졌고, 그리고 지오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된다. 동생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공포도 반가움도 아니었다.

안도였다.

오빠가 있다. 오빠가 여기 있다. 그러면 이제 괜찮다. 열아홉 해 동안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공식이 동생의 얼굴 위에서 켜졌고, 지현이가 입을 열었고, 오빠, 라고 부르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대원이 지현이의 머리를 앞으로 눌렀다.

부르지 못한 호칭은 숨소리로만 나왔다. 두 사람은 안쪽 통로로, 손잡이 없는 문 쪽으로 끌려 들어갔고,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버티며 문틀을 잡았고, 누가 그 손가락을 하나씩 펴는 것을 지오는 봤다.

문이 닫혔다.

주차장이 조용해졌다.

대원들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버스를 정위치에 대고, 뒷문을 열고, 방금 실어 온 노인과 남자를 내리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고 아무도 지오를 보지 않았는데, 그 보지 않음이 완벽하게 균일해서, 전원이 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오는 서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몇 초였는지 몇 분이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그 시간을 세어보려고 할 때마다 시간이 아니라 소리로만 남아 있었다. 문이 닫히던 소리. 그 뒤의 환풍기 소리. 자기 심장이 귀 안쪽에서 뛰던 소리.

민현석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기둥 옆에서, 평소의 걸음으로. 그는 지오 앞에 와서 멈췄고, 안경을 한 번 밀어 올렸고, 평소의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오 씨.”

지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라는 기능이 없어져 있었다.

“놀라셨을 텐데,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지금.”

목소리가 나왔다. 지오 자신도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지금, 저거, 우리 엄마.”

“네.”

민현석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제일 이상했다. 오해라고, 잘못 봤다고, 비슷한 분이라고. 덮을 수 있는 문장은 얼마든지 있었고 지오는 그 문장들을 받을 준비까지 되어 있었는데, 민현석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네. 어머님하고 동생분이에요.”

그는 그것을 배차를 말하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들어가서 얘기하죠. 서서 할 얘기가 아니에요.”

지오의 몸 안쪽 어딘가에서, 아주 오래 잠겨 있던 것이 도는 소리가 났다.

낮에는 나오지 않던 것. 밤에 불러도 오지 않던 것. 그것이 지금, 부르지도 않았는데, 손끝에서 검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End of Epis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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