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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6

쓸 줄 몰랐다

사흘 뒤, 04:40

매일 새벽 나던 락스 냄새의 정체를 지오는 사흘 뒤에 알았다.

차량이 다 들어오고 하역이 끝난 뒤였고, 기록지를 정리하다가 목이 말라 물을 뜨러 나간 길이었다. 정수기는 주차장 반대편 기둥 옆에 있어서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했는데, 그 절반쯤에서 지오는 손잡이 없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봤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대원 하나가 그 앞에 서 있었고 안쪽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나오는 중이었다.

여섯 명이었고 전부 노인이었다.

색이 다 빠진 카키색과 청록색 옷을 입고 양동이와 대걸레와 솔을 들었으며, 그중 한 사람은 락스 통을 안고 있었다. 통이 커서 두 팔로 안아야 했고 안고 걷느라 상체가 뒤로 젖혀져서, 걸음마다 무게가 그 사람을 앞으로 끌었다.

여섯 명이 주차장으로 흩어졌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바닥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대걸레가 에폭시를 밀자 냄새가 천장까지 올라왔다.

지오는 물컵을 든 채로 그 자리에 서서 그 광경을 봤다.

3주 동안, 아니 그보다 오래, 지오는 이 냄새를 맡으면서 차량 소독이겠거니 했다. 어르신들을 태우는 차니까 소독은 당연하다고, 당연한 것들의 목록에 그렇게 한 줄 적어두고 넘어갔다.

소독인 것은 맞았다. 다만 소독을 하는 사람이 어르신들이었다.

실려 온 사람들이 자기가 실려 온 차를 닦고 있었다. 새벽 네 시 반에, 잠도 못 자고, 자기 몸무게의 절반쯤 되는 락스 통을 두 팔로 안고서.

04:55

세 번째 기둥 아래에서 한 사람이 솔로 바닥을 문지르고 있었다.

쭈그려 앉지를 못해 무릎을 한쪽만 굽히고 허리를 숙인 채로, 짧은 솔을 쥐고 같은 자리를 계속 밀고 있었다. 그 자세로는 팔에만 힘이 들어가고 몸무게가 실리지 않아서 아무리 문질러도 때가 지지 않는다는 것을, 2년 동안 역사 바닥을 닦아본 지오는 보자마자 알았다.

지오는 그쪽으로 걸어갔고, 가까이 가서야 얼굴이 보였다.

나종배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옷이었다. 색이 다 빠진 카키색 상의를 입고 있었고, 여름에도 벗지 않던 그 두꺼운 점퍼가 없었다. 2년 동안 지오는 저 사람이 그 점퍼 아닌 것을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지오를 알아보는 데 잠깐 걸렸다. 형광등이 뒤에 있어서 지오의 얼굴이 역광이었고, 노인의 눈은 나빴다.

“…아, 총각.”

“이거 왜 하세요.”

“뭘.”

“이걸 왜 할아버지가 하시냐고요.”

노인이 솔을 놓고 허리를 폈다. 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몸 쓸 수 있는 사람은 새벽에 나와서 좀 하래. 그러면 아침에 죽 준다고.”

“…죽이요.”

“흰죽. 나쁘지 않아.”

지오는 옆에 세워져 있던 대걸레를 잡았다. 잡고 나서야 자기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놔둬.”

“제가 할게요.”

“놔두라니까.”

“할아버지 이거 못 하세요. 자세가 안 나와요.”

“총각.”

노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저기 사람 있어.”

지오는 문 앞에 선 대원을 봤다. 대원은 이쪽이 아니라 맞은편 벽을 보고 있었는데, 그 보지 않음은 지오가 이 건물에서 여러 번 본 종류의 것이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보지 않는 사람의 자세.

“저 사람은 내가 이거 하는 걸 안 봐. 근데 총각이 이거 하는 건 봐.”

지오는 대걸레를 놓았다.

노인이 아까와 같은 자세로 다시 쭈그렸다.

“앉아. 서 있으면 눈에 띄어.”

지오는 그 옆에 쭈그려 앉았고 허리가 당겼다. 무릎은 접을 때보다 펼 때 더 아프다는 것을 삼 년 전에 배웠는데 요즘은 접을 때도 아팠고, 스물세 살이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젖은 바닥을 봤다. 노인은 솔질을 계속했고 지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저번에 하시던 말씀.”

“뭐.”

“돌 때문이 아니었다는 거요.”

노인의 솔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기억력 좋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노인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고, 그동안 솔질 소리만 났다. 삭삭, 삭삭. 물이 조금씩 번져서 두 사람의 신발 쪽으로 밀려왔고 락스 냄새가 더 진해졌다.

“우리 아버지는 할 줄 알았어.”

지오는 고개를 들었다.

“…네?”

“돌. 우리 아버지는 쓸 줄 알았다고.”

“…”

“내가 아홉 살 땐가. 한 번 봤어. 집에 불이 났는데, 아버지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어. 안 탔어. 아무 데도 안 탔어.”

노인이 솔을 옮겼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지. 나중에 알았어.”

“아버지도 그러면.”

“응. 똑같은 거 갖고 있었어. 우리 집에 대대로 내려온 거래.”

“대대로요.”

“몇 대인지는 몰라. 우리 아버지도 몰랐고 할아버지도 몰랐대. 그냥 아버지한테 받았다고만 알아.”

노인이 잠깐 웃었다.

“우리 집 성이 원래 나가 아니었다더라. 그런 얘기까지는 들었어. 근데 뭐였는지는 아무도 몰라. 몇 대 지나면서 다 뭉개진 거지.”

“스물여덟에 받았어.”

노인이 말했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줬어. 손에 쥐여주고 한마디 했지.”

“뭐라고요.”

“때 되면 안다.”

노인이 솔을 놓았다.

“그러고 죽었어. 그게 다야. 설명서도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 아는 사람이 전부 죽고 없었으니까.”

지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 손에 들어온 것에도 설명서가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만 이쪽은 물려받은 것도 아니었다. 승강장 아래 배수로에서 주운 것이었으니, 설명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주인도 없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뭐.”

“때가 왔어요?”

노인이 처음으로 지오를 봤다.

“오십 년 기다렸어.”

05:10

노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몸에 넣은 것이 서른여덟 살 때였다고 했다. 넣었다기보다는 어느 날 아침 돌이 없어져 있었고 뒷목이 뜨거웠고, 그러고 나서 그 돌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때는 이제 무엇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고, 노인은 솔질을 하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삼십 년 동안 딱 두 가지가 있었어.”

노인이 젖은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하나는 자다가 몸에서 연기가 나. 이불에 그을음도 안 남고 냄새도 안 나. 근데 나. 마누라가 그거 보고 놀라서, 그때부터 각방 썼어.”

지오는 역 휴게실의 그 밤을 떠올렸다. 자다가 몸에서 검은 것이 새어 나와 직원 넷이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가고, 지오만 남아서 자기 손을 들여다보던 새벽.

“둘은 가끔 몸이 흐려져. 손을 보면 손인데 손이 아니야. 컵을 잡으려는데 손이 컵을 통과해. 잠깐이야. 이삼 초.”

“…그거 무서웠겠네요.”

“무서웠지.”

노인이 다시 솔을 잡았고, 잡은 손이 아까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근데 그게 다야.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서 알았지. 나는 쓸 줄 모르는구나.”

“쓸 줄 모른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지오가 물었다.

“뭐가.”

“방법이 있는 거예요? 배워야 되는 거예요?”

“몰라. 있겠지.”

“누가 알려줘요?”

“아무도 없어.”

“그럼 어떻게 배워요?”

노인이 솔질을 멈췄다.

“못 배우지.”

“…”

“그러니까 못 쓰는 거야. 나는 오십 년 동안 그렇게 알고 살았어.”

지오는 그 말을 들었고, 그 말의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가 이상한지는 아직 몰랐고, 다만 방금 들은 문장이 자기가 아는 무언가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만 목뒤에 걸렸다.

“할아버지.”

“응.”

“저는 아무도 안 알려줬어요.”

노인이 지오를 봤다.

“저 그거 주운 지 두 달쯤 됐어요. 배운 적 없어요. 물어본 사람도 없고요.”

“…”

“근데 나왔어요.”

노인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아주 조금이었고 형광등 아래라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스무 걸음 앞에서 사람 얼굴을 읽는 일로 2년을 보낸 지오는 그 변화를 봤다.

“언제 나왔는데.”

“…네?”

“언제 나왔냐고. 어떤 때.”

지오는 생각해보려다가 그만뒀다. 생각할 것이 없었다. 그 밤들은 순서까지 외우고 있었고, 외우려고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됐다.

“화장실에서 몰카 찍던 놈이 도망갔을 때요.”

“…”

“그놈이 계단으로 뛰는데, 못 잡겠더라고요. 스무 걸음쯤 벌어져 있었고 저는 허리가 나가기 직전이었고. 근데 그냥.”

지오는 말을 골랐다.

“가야 될 것 같았어요.”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엔 지하철에서요. 성추행범이 1호선으로 튀었는데 문이 닫히고 있었어요. 못 타요, 거리가. 근데 그때도 그냥.”

“가야 될 것 같았고.”

“…네.”

“또.”

“…”

“또 언제.”

지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은 이유는 그다음이 이 주차장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지현이가 끌려 들어간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두 걸음을 남기고 무릎이 꺾이던 밤, 지금 두 사람이 쭈그려 앉아 있는 자리에서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

노인이 알아들었다.

솔질 소리가 멈춘 지 오래였다.

노인은 쭈그린 자세 그대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등이 아까보다 더 굽어 있었다. 지오는 그 등을 보면서, 자기가 방금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한 것인지를 아주 늦게 이해했다.

“할아버지.”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총각.”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내가 그거를.”

노인이 말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

“내가 그거를, 안 배워서 못 쓴 게 아니라는 소리네.”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십 년 동안 나는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했어. 아버지가 안 알려주고 죽어서, 그래서 못 쓰는 거라고.”

솔을 쥔 노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젖은 솔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져 바닥에 자국을 냈다.

“근데 총각은 아무도 안 알려줬는데 됐잖아.”

“…”

“그럼 방법이 문제가 아니었네.”

지오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게 아니라고, 저는 어쩌다 그렇게 된 거라고, 할아버지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그런 말들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하나도 나오지 못한 것은, 전부 거짓말이어서였다.

노인은 지오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내가 안 나선 거구나.”

아주 조용한 문장이었다.

“오십 년 동안 한 번도 안 나선 거구나.”

노인은 여전히 바닥을 보고 있었고, 락스 물은 어느새 번져서 두 사람의 신발 앞까지 와 있었다. 지오는 그 물이 자기 운동화 앞코에 닿는 것을 보면서도 발을 빼지 않았다.

“내가 그런 거였구나.”

05:20

지오는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위로가 될 만한 말은 전부 거짓이었고 사실은 이미 말해버린 뒤였으니, 남은 것은 자리를 뜨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 하나가 지오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한참 뒤에 노인이 다시 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삭삭, 삭삭.

“총각.”

“네.”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버스에서.”

“…나처럼 하라고 하셨어요.”

“응.”

노인이 솔질을 계속했다.

“그거 취소야.”

지오는 고개를 들었다.

“취소한다고. 나처럼 하지 마.”

“…”

“나는 나처럼 살았고, 나처럼 살면 이렇게 돼. 일흔여덟까지 살았는데.”

노인이 잠깐 멈췄다.

“일흔여덟까지 살았는데 아무것도 없어.”

문 앞의 대원이 처음으로 이쪽을 봤다.

“어르신, 시간 다 됐습니다.”

노인이 솔을 양동이에 넣고 일어섰다.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해서 무릎을 짚고 한 번, 허리를 펴고 한 번, 두 번에 나눠 일어섰고, 다 일어나서는 숨을 골랐다. 지오도 따라 일어섰다.

노인이 지오를 봤다.

“총각.”

“네.”

“자꾸 물어봐서 미안한데.”

“…네.”

“아까 그거, 언제 나왔냐고 물었을 때.”

노인이 손등으로 이마를 닦았다. 락스 냄새가 손에 배어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여기지.”

지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족 일이지.”

지오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 아래로.

“그러면 아직 안 끝났네.”

노인이 양동이를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여섯 명이 다시 모여서 대걸레와 솔과 락스 통을 챙겨 들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채 손잡이 없는 문 안으로 한 사람씩 들어갔다. 줄을 서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줄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나종배가 마지막이었다. 문턱을 넘기 전에 한 번 돌아섰는데, 며칠 전 버스 계단에서 그랬던 것과 같은 동작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총각.”

“네.”

“때 되면 안다고 했잖아. 우리 아버지가.”

“…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오십 년 몰랐는데.”

노인이 말했다.

“오늘 알았어.”

문이 닫혔다.

05:40

지오는 주차장에 혼자 남았다.

바닥은 젖어 있었고 락스 냄새는 아직 진했다. 3주 동안 지오는 이 냄새를 맡으면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는데, 오늘 그 당연함에 붙은 값을 봤다. 여섯 명이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흰죽 한 그릇을 받고 이 바닥을 닦는다는 값이었고, 그중 하나는 오십 년 동안 자기가 못 하는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는 값이었다.

지오는 뒷목에 손을 올려봤다. 뜨겁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아무렇지 않음이 오늘은 다르게 만져졌다.

부르면 오지 않고, 나서기로 하면 온다.

지오는 그 두 문장을 머릿속에 나란히 놓았다. 십육 년 전 벽 앞에서 자음을 세던 아이가 2년 동안 규정집을 외우고 3주 동안 남의 이름을 명단에 옮겨 적다가, 오늘 새벽에야 그 규칙을 손에 쥔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남는 질문은 하나였다. 나설 자리가 어디냐.

지오는 젖은 바닥을 지나 사무실로 돌아왔다. 노트북이 켜진 채였고 화면에는 명단이 떠 있었으며, 오른쪽의 스크롤바는 아주 작았다. 그만큼 아래로 길다는 뜻이었다.

지오는 그 앞에 앉아서, 이번에는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맨 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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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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