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은 지오가 3주 동안 본 어떤 밤보다 어두웠다.
천장 형광등 중에 살아 있는 것이 넷뿐이어서, 그 넷이 만드는 빛의 웅덩이 사이는 완전히 검었다. 차량 세 대가 정위치에 그대로 서 있었고 사무실 창에는 불이 켜져 있었으며, 화이트보드에는 다음 주 배차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바닥에 젖은 자국이 여러 갈래로 나 있었다.
지오는 그 갈래를 눈으로 따라갔다. 전부 한 지점에서 나와서 경사로 쪽으로 뻗어 있었고, 그 지점은 복도 끝의 문이었다. 자국은 나가는 방향으로만 나 있었다.
들어간 것은 없다는 뜻이었다.
지오는 사무실 앞을 지나갔다.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 노트북이 켜진 채였고 화면에는 명단이 떠 있었으며, 오늘 밤 지오가 정리하다 만 여섯 줄이 아직 대기였다.
지오는 그 화면을 이 초쯤 봤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있던 손전등을 집었다. 대원들이 쓰던 것이라 무거웠고 손잡이에 고무가 감겨 있었다. 켜보니 빛이 나왔다.
지오가 이 건물에서 처음으로 자기 의지로 집은 물건이었다.
문 앞에 섰다.
경첩이 나가서 문은 틀을 매단 채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그 옆으로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한 폭이 열려 있었다. 지오는 3주 동안 이 문 앞에 서서 손잡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섰다.
지금은 손잡이가 필요 없었다.
안쪽에서 냄새가 왔다. 비린내였고 아까보다 진했으며, 그 밑에 락스 냄새가 아직 깔려 있었다. 두 냄새가 섞이면 어떤 냄새가 되는지 지오는 방금 알았고,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지오는 손전등을 켜지 않은 채로 들어갔다.
짧은 복도는 그대로였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폭에 도장하지 않은 콘크리트 벽. 형광등은 세 개에 하나꼴로 켜져 있었는데 지금은 그중 절반이 더 나가서, 켜진 것과 켜진 것 사이가 아주 길었다.
지오는 벽에 등을 붙이고 걸었다.

바닥이 미끄러웠다. 에폭시가 아니라 도장 안 한 콘크리트인데도 미끄러웠고, 신발 밑창에서 소리가 났다. 지오는 걸음을 더 늦췄다. 급한 사람일수록 천천히 걸어야 안 보인다는 것을 2년 동안 배웠고, 오늘 밤에는 그 규칙에 하나가 더 붙었다.
급한 사람일수록 조용해야 한다.
지오는 걸으면서 천장을 한 번 봤다.
환풍구가 없었다. 3주 전에 문틈으로 3미터를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던 그대로였고, 벽 위쪽의 굵은 회색 배관에 손바닥만 한 격자가 하나 박혀 있는 것도 그대로였다.
없거나, 없어 보이거나.
그때는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인지 아닌지를 계산했다. 지금은 다르게 읽혔다. 저 위에 기계가 없다는 것은 여기서 무슨 일이 나도 아무도 그 장면을 남겨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퉁이에서 지오는 멈췄다.
저쪽에서 소리가 났다. 젖은 것이 콘크리트를 스치는 소리였고 규칙적이지 않았으며, 두 개인지 세 개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지오는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
소리가 멀어졌다. 지오는 열까지 세고 나서 모퉁이를 돌았다.
접수대에 아무도 없었다.
컴퓨터가 켜진 채였고 화면보호기가 돌아가고 있었으며, 프린터에는 종이가 반쯤 나오다 만 채로 물려 있었다. 종이컵이 하나 있었는데 아직 넘어지지 않았다.
의자가 돌아가 있었다.
책상 쪽이 아니라 복도 쪽으로 완전히 돌아가서, 앉아 있던 사람이 무언가를 보려고 몸을 튼 그대로 멈춰 있었다. 지오는 그 각도를 봤다.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열쇠는 접수대 안쪽 벽의 고리에 걸려 있었다.
세 개가 나란히 걸렸고 각각 다른 색 태그가 붙어 있었으며, 지오는 그중 어느 것이 수용동 것인지 몰랐다. 세 개를 다 챙겼다. 주머니에 넣자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났고, 지오는 열쇠를 조끼 안쪽 주머니로 옮겨서 손으로 눌렀다.
돌아서다가 화면보호기가 꺼졌다.
누가 마우스를 건드린 것이 아니라 저 혼자 꺼진 것이었고, 화면에 명단이 떴다. 지오가 매일 밤 보던 것과 같은 표였다. 다만 이쪽 화면에는 지오가 못 보던 열이 하나 더 있었다.
지오는 그 종이를 읽지 않고 지나갔다.
읽으면 늦어진다는 것이 이유였고, 늦어진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프린터를 지나칠 때 지오의 손이 저절로 갔다.
종이가 반쯤 나오다 물려 있었다. 급지 중에 전원이 나갔거나 사람이 자리를 뜬 것이었고, 지오는 그 종이를 잡아 뺐다.
표였다. 오늘 날짜가 머리에 찍혀 있었고 아래로 행이 이어졌으며, 열 하나가 지오가 아는 것보다 많았다.
지오는 그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다시 반으로 접어서 조끼 안쪽에 넣었다. 왜 넣었는지는 그 순간에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3주 동안 이 건물에서 배운 것 하나가 종이는 없어지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지오는 그 문장을 노인에게서 들었다.
두 번째 복도에서 처음 마주쳤다.
두 개였다.
복도 저쪽 끝, 켜진 형광등 아래에 서 있었는데 지오가 아는 것들과 조금 달랐다. 위에서 본 것들은 털이 하나도 없고 어깨가 부풀어 있었는데, 이쪽은 머리카락이 아직 몇 가닥 남아 있었다. 목과 팔뚝에서만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등은 아직 사람의 등이었다.
입술이 부풀어 있었다. 이제 막 부풀기 시작해서 얼굴에서 그 부분만 색이 달랐다.
지오는 그 광경을 보고 속이 뒤집혔다.
완전히 변한 쪽보다 이쪽이 훨씬 나빴다. 완전히 변한 것은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라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아직 사람이었다. 몇 시간 전에 이 복도를 걸어 다니던 사람이 지금 저 자리에 서 있었다.
지오는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벽을 짚었고 손바닥이 젖은 데 닿았다. 미끄러졌다. 신발이 바닥을 긁으면서 짧고 높은 소리가 났다.
두 개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정확히 같은 속도로 돌았다. 두 개가 따로 반응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반응하듯이 돌았고, 지오는 그 동시성을 보고 등이 서늘해졌다.
저것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소리를 함께 듣고 있을 뿐이었다.
지오는 뛰었다.
복도 중간의 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지오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당겼다. 걸쇠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손잡이를 끝까지 돌린 채 놓았고, 놓고 나서 등을 문에 붙였다.
철제 선반이 벽 세 면을 두르고 있었다.
유류품 창고였다.
밖에서 소리가 지나갔다.
두 개였다가 하나가 더 붙어서 셋이 됐다.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지오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젖은 것이 문에 닿았다.
문틈으로 냄새가 들어왔고 지오는 눈을 감았다. 이 문에는 유리창이 없었다. 저쪽에서도 이쪽이 안 보인다는 뜻이었고, 안 보이는 것끼리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소리가 멀어졌다.
지오는 그대로 스무까지 셌다. 스무까지 세고 나서 다시 스무까지 셌다. 두 번째로 셀 때는 손이 떨려서 숫자가 몇 번 엉켰고, 엉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셌다.
세는 동안 지오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가지 않으려고 세고 있었다. 이 방은 문에 유리창이 없고 걸쇠가 안쪽에 있으며, 여기 앉아 있으면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오는 세는 것을 멈췄다.
지오는 손전등을 켰다.
빛이 선반을 훑었다. 상자가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었고 뚜껑 위의 먼지는 층마다 두께가 달랐으며, 아래 칸에는 손자국이 나 있었다.
한 면에 5칸, 한 칸에 8개, 3면이니까 120개.
지오는 그 숫자를 다시 세지 않았다. 이미 세어본 적이 있었고, 세어본 사람은 두 번 세지 않는다.
지오는 상자 하나를 봤다.
이 방 어딘가에 어머니의 옷이 있을 수도 있었다. 반출됐다고 기록에 적혀 있었으니 옷은 여기 남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120개 중에 하나가 어머니의 상자였다.
지오의 손이 제일 가까운 뚜껑에 닿았다.
닿은 채로 있었다.
지오는 손을 뗐다.
찾으면 시간이 간다. 찾으면 열어봐야 하고, 열면 확인해야 하고, 확인하면 그 자리에 앉게 된다. 지오는 자기가 그 자리에 앉으면 다시 못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찾아서 없으면 어떻게 하나. 없으면 그건 옷도 남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 뜻을 지금 알게 되면 지오는 오늘 밤에 아무것도 못 한다.
지오는 손전등을 끄고 문 쪽으로 갔다.
찾지 않은 것이 그날 밤 지오가 자기에게 한 가장 큰 거짓말이었다.
문 앞에서 지오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상자 하나가 선반에서 내려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뚜껑이 옆에 세워져 있었고 안이 헤집어져 있었으며, 먼지가 없었다. 오늘 누가 열었다는 뜻이었다.
지오는 손전등을 다시 켰다.

안에 두꺼운 점퍼가 하나 있었다.
여름에도 그 점퍼를 입고 있었다.
담장 끝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아서, 안 더우시냐고 물으면 늙으면 여름에도 춥다고 대답하던 사람의 옷이었다. 2년 동안 지오는 그 사람이 다른 옷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지오는 그 점퍼를 봤다.
상자는 열려 있었고 점퍼는 그 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누가 이 상자를 열어서 안을 뒤졌고, 뒤진 다음에 점퍼는 두고 갔다.
옷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지오는 상자 안을 손으로 훑었다.
옷 밑에 아무것도 없었다. 손목시계도 안경집도 없었고, 뚜껑 안쪽에 붙어 있어야 할 종이 밴드도 뜯겨 나가 있었다.
번호가 없어진 상자였다.
지오는 뜯긴 자국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었고, 두 가지 다 지금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지오는 점퍼를 상자에 도로 넣고 뚜껑을 덮었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지오는 벽을 따라 걸었다. 두 번째 복도 끝에 양쪽으로 미는 넓은 문이 있고 그 너머가 수용동이었다. 거기까지 마흔 걸음쯤이었다.
스무 걸음에서 소리가 났다.
앞이 아니라 옆이었다. 복도 중간의 문 하나가 안쪽에서 열렸고, 그 안에서 하나가 나왔다.
지오와의 거리는 다섯 걸음이었다.
여자였다.
지오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알았다. 얼굴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오십 대쯤. 머리카락이 절반쯤 빠져서 두피가 드러났고 목에서 어깨까지 피부가 벗겨져 늘어져 있었지만, 광대와 눈 밑의 주름은 그대로였다. 입술이 부풀어서 아래쪽이 두꺼웠고 색이 달랐다.
그리고 지오는 그 얼굴을 알았다.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세워두고 상가 계단에 앉아 캔커피를 마시던 사람이었다.
지오가 태블릿을 보고, 여자를 보고, 다시 태블릿을 보고, 맞아요, 라고 말했던 사람. 손수레를 두고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저희가 치워드린다는 대답에 안심하는 얼굴을 했던 사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오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
총각 착하게 생겼네.
우리 아들도 그맘때인데.

지오는 움직이지 못했다.
여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 걸음이 이상했다. 무릎이 끝까지 펴지지 않아서 몸이 한 번씩 아래로 꺼졌고, 그 꺾이는 자리가 사람의 무릎이 꺾이는 자리와 같았다.
지오는 이름을 몰랐다.
명단에 있었을 것이다. 지오가 클릭 두 번을 하기 전에 그 행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지오는 그 이름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억나지 않았다. 읽었는데 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우지 않은 이유를 지오는 알고 있었다.
“…아주머니.”
여자가 멈췄다.
지오는 그 멈춤을 봤다. 소리 때문일 수도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으며, 어느 쪽인지 확인할 방법은 세상에 없었다.
“저 기억하세요?”
여자가 고개를 기울였다.
목이 이상한 각도로 돌아갔다. 사람이 하지 않는 각도였고, 그 각도로 돌아간 얼굴에 사람의 주름이 그대로 있었다.
지오는 그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뒤로 스무 걸음이면 창고 문이었고 그 문에는 걸쇠가 있었다. 여자의 걸음은 무릎이 안 펴져서 느렸으며, 지오는 스물세 살이었고 2년 동안 승강장을 뛰어다닌 다리가 있었다.
지오는 뛰지 않았다.
뛰면 저 사람을 등지고 가는 것이 된다. 3주 전에도 등지고 갔다. 손수레를 세워두고 캔커피를 마시던 사람 앞에서 태블릿을 보고 맞아요, 라고 말하고 돌아섰을 때, 지오는 그 사람의 등 뒤에서 상태 칸을 눌렀다.
그때 안 돌아본 값이 지금 앞에 서 있었다.
“제가 데려왔어요.”
지오가 말했다.
여자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 말은 여자에게 한 말이 아니었고, 이 복도에는 알아들을 사람이 없었으며, 지오도 그 사실을 알면서 소리를 냈다.
“손수레 치워준다고 했는데.”
지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안 치웠어요.”
여자가 뛰었다.
지오는 뒤로 물러났고 등이 벽에 닿았으며, 복도는 좁아서 옆으로 빠질 데가 없었다.
지오는 손을 들었다.
밀려고 든 것이었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밀치고 지나가면 된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손이 닿기 전에 뒷목이 뜨거워졌다.
지오는 자기 손에서 나오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멈추려고 했다. 안 된다고 생각했고 하지 말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소리 내서 말하기까지 했는데, 나가는 것은 지오의 생각을 듣지 않았다.
3주 동안 지오가 알아낸 것은 부르면 오지 않고 나서기로 하면 온다는 것뿐이었다.
멈추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복도가 검어졌다.
지오의 오른손에서 나온 것이 좁은 복도를 한 번에 채웠고, 채우면서 앞으로 밀렸다. 벽이 울렸다.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깨졌다.
지오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복도가 다시 보였다.
검은 것은 흩어지는 중이었고 벽면을 따라 아직 얇게 남아 있었으며, 지오의 오른손은 손목까지 검었다.
여자는 다섯 걸음 앞에 쓰러져 있었다.
옆으로 누워 있었다. 팔 하나가 몸 밑에 깔려 있었고 다른 팔은 앞으로 뻗어 있었으며, 손가락 사이의 막이 형광등 빛을 받아 붉게 비쳤다.
움직이지 않았다.
지오는 그쪽으로 한 걸음 갔다.
한 걸음에서 멈췄다.
숨을 쉬는지 확인하려면 가까이 가야 했다. 가까이 가서 어깨를 보거나 코 앞에 손을 대면 알 수 있었고, 2년 동안 승강장에서 100번쯤 해본 동작이었다. 취객에게도 했고 노숙인에게도 했고 쓰러진 사람에게도 했다.
지오는 그 동작을 알고 있었다.
지오는 하지 않았다.
확인하면 둘 중 하나다. 살아 있으면 두고 갈 수 없고, 죽었으면 갈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지오는 이 복도에서 못 나간다.
그리고 저 문 너머에 100명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열아홉 살이었다.
지오는 걸었다.
쓰러진 사람을 지나갈 때 신발이 젖은 바닥을 밟았고, 밟으면서 소리가 났다. 지오는 그 소리를 들었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는 것이 오늘 밤 지오가 두 번째로 한 일이었다. 첫 번째는 노인이 락스 통을 놓쳤을 때였고 그때 안 돌아본 것은 예의였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넓은 문 앞에 도착했다.
양쪽으로 미는 문이었고 위에 유리창이 두 개 있었다. 지오는 그 유리에 눈을 댔다.
안은 어두웠다.
조명이 완전히 꺼져 있어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고, 눈이 익자 형체가 드러났다. 이층 침대가 줄지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앉은 사람도 있었고 침대 밑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었으며, 전부 문 쪽을 보고 있었다.
100명이 지오를 보고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조용함이 제일 이상했다. 문 하나 너머에 사람이 100명 있는데 유리를 통해 아무 소리도 오지 않았고, 지오는 그 침묵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소리를 내면 저것들이 온다는 것을 저 안의 사람들도 배웠다.
몇 시간 만에 배웠을 것이다.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고 배웠을 것이고,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는 지오가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지오는 유리에 얼굴을 붙이고 안쪽을 훑었다.
침대 사이로 형체들이 서 있었다. 노인이 많았다. 담요를 두른 사람, 벽을 보고 앉은 사람, 아래 칸 침대 밑으로 상체만 넣은 사람.
어디에도 열아홉 살로 보이는 형체는 없었다.
지오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다시 훑었다. 사진의 왼쪽 위 모서리에 늘 걸리던 그 기둥을 찾았고, 찾아서 그 근처를 봤다.
거기도 없었다.
지오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세 개 중 하나가 맞을 것이었다. 하나씩 넣어보면 되고, 오래 걸려야 30초였다.
지오는 열쇠를 자물쇠에 넣지 않았다.
계산이 되지 않아서였다.
문을 열면 100명이 복도로 나온다. 그 복도에는 아직 9명이 있고, 지오는 방금 그중 하나를 지나오면서 멈추는 법을 모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을 열면 저 사람들이 죽는다.
열지 않으면 여기 갇힌 채로 있는다. 그리고 오늘 밤에 9명이 생긴 이유가 무엇이든, 그 이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현석은 오늘 밤에 생겼다고 했지 다 생겼다고는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9명은 늘어난다.
지오는 유리에 이마를 댔다.
안쪽에서 누가 문을 두드렸다.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소리였고 한 번이었으며, 그다음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지오는 열쇠를 쥔 채 서 있었다.
3주 동안 이 문 하나를 열려고 왔는데, 막상 열쇠를 들고 서니 여는 것이 죽이는 일이 되어 있었다.

유리 안쪽에서 누가 앞으로 나왔다.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이 문 바로 앞까지 와서 유리에 손을 댔고, 손이 작았다.
지오는 그 손을 봤다.
손가락이 펴져 있었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