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는 유리에 손을 댔다. 안쪽의 손과 겹치지는 않았다. 유리가 두꺼워서 두 손바닥 사이에 손가락 하나 두께의 거리가 남았고, 그 거리는 아무리 눌러도 좁혀지지 않았다.
지현이 손가락 하나를 펴고 있었다. 3주 동안 사진에서 세던 것이었고 셀 때마다 서랍의 표를 꺼내 대조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표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나면 ㄱ이다.
지오는 자기 손가락 하나를 펴서 유리에 댔다. 같은 하나였다.
손가락 하나씩. 그것이 남매가 그날 밤 처음으로 주고받은 말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둘 다 몰랐다. ㄱ 한 글자로는 어떤 문장도 만들 수 없었고, 문장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이 신호를 아직 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한 글자면 충분했다.
지현의 어깨가 한 번 내려갔다. 숨을 뱉은 것이었다. 지오는 그 어깨가 내려가는 것을 유리 너머로 봤고, 그 애가 3주 동안 숨을 어떻게 쉬고 있었는지를 그 한 번으로 알았다.
지현이 손을 떼고 유리에 입김을 불었다. 어두운 데서 유리에 입김을 불면 흐려지는데, 그 흐린 면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썼다.
지오는 몸을 낮춰서 각도를 맞췄다. 글자가 아니었다. 선 두 개와 점이었다. 세로선 하나, 그 옆에 가로선 하나, 그리고 가로선 끝에 점.
지오는 그 그림을 이 초쯤 봤다. 복도였다. 세로선이 이 복도고 가로선이 갈라지는 쪽이고, 점이 그 끝에 있는 것이다.
지오는 자기 쪽 유리에 입김을 불고 물음표를 그렸다.
지현이 고개를 젓고, 점을 손가락으로 세게 두 번 두드렸다. 유리가 두드리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지현이 자기도 놀라서 손을 뗐다.
두 사람 다 잠깐 얼어붙었다. 복도 저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지오는 다시 유리를 봤다. 지현이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셈을 했다. 오른손을 활짝 펴서 다섯을 보이고, 접었다가 다시 넷을 펴 보였다. 합쳐서 9였다.
민현석이 지상에서 말한 숫자와 같았다. 지오는 지현이 어떻게 같은 숫자에 도달했는지 몇 초 생각했고, 생각해보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애는 문 안쪽에 앉아서 복도를 지나가는 소리를 세고 있었을 것이다. 젖은 것이 콘크리트를 스치는 소리는 하나씩 다르고, 하나씩 다른 소리를 3주 동안 구분해온 귀에는 그 차이가 곧 셈이 된다.
이 신호를 알아듣는 사람이 세상에 둘뿐이라는 것보다, 이 숫자를 따로따로 세어서 같은 답에 도달했다는 것이 지오에게는 더 이상하게 아팠다.
지오는 열쇠를 꺼냈다. 세 개 중 첫 번째는 자물쇠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두 번째는 들어갔는데 돌아가지 않았으며, 세 번째가 돌아갔다. 돌아가는 감촉이 손목까지 왔다.
지오는 열쇠를 끝까지 돌리지 않고 손을 멈췄다.
문을 열면 100명이 복도로 나온다. 복도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폭이고 그 복도에 9명이 있다. 100명이 한 줄로 서서 나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 지오는 계산할 수 없었지만, 9명이 그 줄을 발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계산할 수 있었다.
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100명이 움직이면 소리가 난다. 신발이 젖은 바닥을 긁고 담요가 벽에 스치고 누군가는 반드시 기침을 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100명분의 소리를 0으로 만들 방법은 없고, 지오는 그 사실을 3주 동안 하역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사람이 움직이면 표가 난다.
없앨 수 없다면 옮기면 된다. 소리가 이쪽에서 나면 저것들은 이쪽으로 온다. 그러니 저것들이 갈 곳을 하나 만들어주면 나머지 방향이 비게 되고, 만들어주는 방법은 그 자리에서 누가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지오는 그 계산을 끝내는 데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답이 하나뿐인 계산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오는 유리를 봤다. 지현이 아직 거기 있었다.
지오는 자기 가슴을 손가락으로 두 번 짚고, 복도 저쪽을 가리키고, 다시 자기 가슴을 짚었다. 남매의 신호에는 이런 문장이 없었지만 이 애는 알아들을 것이었다.
지현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오는 한 번 더 했다. 가슴, 저쪽, 가슴.
지현이 유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아까보다 크게 쳤고 그 소리가 복도에 울렸으며, 그러고 나서 두 사람 다 저쪽에서 소리가 오는지를 함께 기다렸다.
오지 않았다. 지오는 유리에 이마를 댔다.
“미안.”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리가 두꺼웠고 지오는 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다만 입 모양은 보였을 것이고, 지현이 그 입 모양을 읽는 것을 지오는 봤다.
지현의 얼굴이 무너졌다.
지오는 열쇠를 끝까지 돌렸다. 걸쇠가 빠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생각보다 컸고, 지오는 문에 몸을 붙여 소리를 막았다.
문이 조금 열렸다. 냄새가 나왔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있는 곳의 냄새였다. 땀과 잠과 소독약. 3주 전에 이 문 앞에서 맡은 것과 같은 냄새였고, 그때 지오는 새벽 종로3가 대합실에서 나는 냄새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섞인 것이 무엇인지 지오는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100명이 문 쪽을 보고 서 있는데 한 사람도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오는 그 이유를 몇 초 뒤에 알았다.
이 사람들은 문이 열리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문이 열릴 때마다 누가 들어와서 누구를 데리고 나갔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에게 문이 열린다는 것은 나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누구냐는 뜻이었다.
지오는 문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지현이 달려왔다. 부딪히듯이 왔다. 지오는 그 애를 받았고 받으면서 두 팔로 감았으며, 감고 나서야 이 애가 3주 동안 얼마나 말랐는지 알았다. 어깨뼈가 손바닥에 그대로 걸렸다.
지현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울고 있는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숨이 걸릴 때마다 어깨만 한 번씩 올라갔고 목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며, 소리 없이 우는 법을 어디서 배웠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이 방에서 소리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이 애는 며칠 만에 배웠을 것이다.

지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주 동안 이 순간을 여러 번 그려봤다. 그릴 때마다 무슨 말을 할지도 같이 그렸는데, 막상 닥치니 준비해둔 문장이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준비한 문장들은 전부 소리를 내는 문장이었다.
지현이 먼저 몸을 떼고 지오의 조끼를 두 손으로 잡았다.
“왜 왔어.”
목소리가 아니라 숨이었다.
“오지 마라고 했잖아.”
“…어.”
“오지 마라고 했잖아!”
지현이 조끼를 흔들었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지오는 그 손을 잡았다.

두 사람 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오는 기록에서 봤다. 관찰에서 반출로, 열이틀 전에. 그리고 그 뒤로 열세 장의 사진에서 담요를 덮고 등을 돌린 사람이 어머니처럼 보이게 앉아 있었다.
지현은 어머니가 실려 나가는 것을 옆에서 봤다. 그래서 믿지 마, 라고 보낸 것이었다.
둘 다 알고 있었고, 둘 다 지금 그 말을 꺼내면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지 않았다. 3주 만에 만난 남매가 서로에게 끝내 하지 않은 말이 어머니였다.
“오빠.”
“어.”
“복도에 몇 명 있어?”
지오는 그 질문에 잠깐 멈췄다. 이 애는 방금 오빠를 만났고 울었고 조끼를 흔들었는데, 세 번째 문장에서 벌써 셈으로 돌아왔다.
“…9명.”
“그중에 몇 명이 완전히 됐어?”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완전히 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서 세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오는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애는 그 구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왜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덜 된 쪽은 아직 걸음이 느리다.
“…모르겠어. 하나는 아니었어.”
“하나는 아니었으면 여덟은 됐다는 거야?”
“…지현아.”
“그러면 안 되는데.”
지현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 무섭다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고, 지오는 그 침착한 목소리가 더 무서웠다.
“저쪽 갈림길.”
지현이 유리에 그린 것을 손으로 다시 그렸다.
“거기 계단 있어. 위로 올라가는 거.”
“…어떻게 알아.”
“소리 들었어.”
지현이 말했다.
“매일 새벽에 여섯 명이 저쪽으로 나갔다가 이십몇 분 뒤에 돌아왔어. 바퀴 소리도 저쪽으로 가고. 그러니까 저쪽에 위로 가는 게 있어.”
“…이십몇 분인지 어떻게 알아.”
“세면 알아.”
지현이 당연한 것을 설명하는 얼굴로 말했다.
“오빠, 여기 시계 없어. 창문도 없고. 그래서 나는 아침이 언제인지 소리로만 알았어. 처음엔 밥 오는 걸로 셌고 그다음엔 청소 나가는 걸로 셌어.”
지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애가 3주 동안 이 방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
세고 있었다. 오빠가 위층에서 손가락을 세는 동안 이 애는 아래에서 소리를 셌고, 둘이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둘 다 몰랐다.
“총각.”
지오는 그 소리를 등으로 들었다. 돌아보니 침대 사이에서 사람이 하나 나오고 있었다. 등이 굽었고 걸음이 느렸고, 색 빠진 카키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나종배였다.
지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이 꺾일 뻔했다. 살아 있었다. 창고 바닥에서 열린 상자를 보고 온 뒤로 지오는 이 사람이 죽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어봤다는 뜻이었다.
“…어르신.”
“응.”
“살아 계셨네요.”
노인이 지오를 봤다.
“내가 왜 죽어.”
노인이 지오 앞까지 왔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에 멍이 있었다. 광대 아래쪽이었고 새것이었다. 지오는 그 멍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노인도 설명하지 않았다.
“저 안에서.”
지오가 말했다.
“창고에서 어르신 점퍼 봤어요.”
노인의 눈이 한 번 움직였다.
“…봤어?”
“상자가 열려 있었어요. 뚜껑에 붙어 있던 종이가 뜯겨 있고요.”
노인이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뜯었어.”
지오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어르신이요?”
“청소 나가는 날에 그 방 앞을 지나가. 하루는 문이 열려 있었어. 그래서 들어가서 내 상자를 찾았지.”
“…왜요.”
노인이 지오를 봤다.
“종이에 한번 올라가면 그 종이가 없어지기 전에는 안 없어진다고 했잖아.”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담장 앞에서 들은 말이었다. 명단에서 이름이 지워지느냐고 노인이 물었고, 안 지워진다고 노인이 자기 대답을 했다.
“그래서 없앴어.”
노인이 말했다.
“내 종이만.”
지오는 그 말을 오래 생각하게 된다. 일흔여덟 살이 이 건물에서 한 유일한 저항이 그 한 가지였다. 상자 뚜껑에 붙은 종이 밴드 하나를 손으로 뜯어낸 것. 그렇게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명단은 서버에 있고 기록은 자동으로 남고, 뚜껑의 종이는 사본일 뿐이며, 사본이 없어지면 다시 뽑아서 붙이면 된다.
노인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오십 년 동안 종이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사람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알면서 뜯었다. 지오는 그 이야기가 왜 이렇게 오래 목에 걸리는지 처음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일을 세상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오십 년 동안 한 번도 안 나선 사람이 처음으로 한 일이 종이 한 장 뜯는 것이었다.
지오는 계획을 말했다. 길게 말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길게 말하면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계산이 더 컸다.
복도로 나가서 왼쪽,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단, 그리고 위로. 그동안 소리를 내지 말 것.
“그럼 저것들은요.”
앞쪽에 있던 남자가 물었다. 오십 대쯤이었고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반대쪽으로 끌고 갈게요.”
지오가 말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학생 혼자?”
“네.”
“어떻게.”
“소리 내면 와요.”
지오가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소리를 내면 됩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100명이 지오를 보고 있었고, 그중 몇은 지오의 얼굴을 알아봤을 것이다. 종로3가에서 규정집을 읊던 얼굴이거나, 버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얼굴이거나, 명단을 든 채 담장 앞에 서 있던 얼굴이었다.
“…학생이 왜.”
누가 물었다.
지오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명단에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지금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렸다. 100명 중에 혼자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절반쯤이었고, 나머지는 부축이 필요했다. 지팡이가 없는 사람이 벽을 짚었고 벽이 젖어 있어서 손이 미끄러졌다.
지오는 문 옆에 서서 그 줄을 봤다. 한 사람씩 나갔다. 스무 명쯤 나갔을 때 지오는 이 속도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100명이 다 나가는 데 20분이 걸릴 것이었고, 20분 동안 조용할 수는 없었다.
“어르신.”
“응.”
“앞에 서주세요.”
노인이 지오를 봤다.
“제가 아니라 어르신 말을 들을 거예요.”
노인이 앞으로 갔다. 절뚝거리면서 갔고, 가서 줄 맨 앞에 섰다. 그러고는 뒤를 한 번 돌아봤다.
“갑시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움직였다. 지오가 말했을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지오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았다.
저 사람은 여기 있던 사람이었다.
계획이 어긋난 것은 스물여덟 번째쯤. 앞쪽에서 누가 넘어졌다. 노인이었고, 젖은 바닥에서 발이 미끄러진 것이었으며,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사람을 잡았고 그 사람도 같이 넘어졌다.
두 사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넘어진 사람이 기침을 했다. 참으려고 했다. 지오는 그 기침이 참으려다 새어 나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손으로 입을 막았고 몸을 접었고 소리를 죽였다.
죽여도 소리였다.
복도 저쪽에서 젖은 것이 콘크리트를 스치는 소리가 났다. 하나가 아니었다.
줄이 멈췄다. 100명이 동시에 멈췄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그 침묵이 오히려 무서웠다. 이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배웠다.
지오는 앞으로 갔다. 줄을 거슬러 갔다. 사람들이 몸을 벽에 붙여 길을 냈고, 지오는 그 사이를 지나 갈림길까지 갔다.
갈림길에서 지오는 왼쪽을 봤다. 어두웠다. 형광등이 하나도 살아 있지 않았고, 그 어둠 안에서 여러 개가 움직이고 있었다. 몇 개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지오는 오른쪽을 봤다. 100명이 그쪽으로 가야 했다. 계단이 있다고 지현이 말했고, 그 말은 소리만 듣고 알아낸 것이었으며, 지오는 계단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지오는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돌이 있었다. 3주 동안 하루에 스무 번씩 확인하던 그 감촉이었고 여전히 차가웠으며,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지오는 돌을 꺼내 왼손에 쥐었다.
부르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부르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알고 있었다. 나서기로 하면 오고, 오면 멈추지 않는다. 좁은 복도에서 그 힘이 터져 나가면 복도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함께 밀린다.
한 시간 전에 이 복도에서 지오는 그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니 이 방향으로는 100명이 오면 안 됐다.
지오는 오른손으로 손전등을 꺼냈다.
“오빠.”
지현이 뒤에 와 있었다. 지오는 돌아보지 않았다.
“가.”
“오빠.”
“계단 있다고 했지. 앞에서 세어. 몇 명 올라갔는지.”
“…오빠.”
“너 세는 거 잘하잖아.”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봤다.
지현의 얼굴을 지오는 그날 밤 두 번째로 봤다. 첫 번째는 유리 너머였고 어두웠다. 이번에는 가까웠고 형광등이 하나 켜져 있었으며, 그래서 지오는 이 애가 열아홉 살이라는 것을 다시 알았다.
“금방 갈게.”
지오가 말했다.
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곧 대답이었고, 지오는 그 침묵을 알아들었다.
지오는 왼쪽 복도로 걸어 들어갔다. 세 걸음쯤 들어가서 멈췄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아직 이쪽을 향한 소리는 아니었고, 그 말은 저것들이 지오를 아직 못 찾았다는 뜻이었다.
찾게 해야 했다. 지오는 손전등을 켰다. 빛이 복도를 갈랐고 그 안에 서 있는 것들이 드러났으며, 세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눈이 저절로 셌다.
여섯이었다.
여섯 개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지오는 손전등을 벽에 던졌다. 플라스틱이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좁은 복도에서 아주 크게 울렸고, 빛이 바닥에서 두 번 튀었다.
여섯 개가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지오는 그 반대편에서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좁은 복도가 그 목소리를 두 번 되돌려줬다. 갈라지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여기 있어요.”
